[취재수첩] '2% 종부세 부과'는 조세원칙 파괴 발상

입력 2021-05-31 17:13   수정 2021-06-01 00:10

“그건 어렵지 않을까요? 방향성을 제시한 정도라고 봅니다.”

한 달 전 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금액’에서 ‘비율’로 바꿔 주택 가격 상위 1~2%에게만 부과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정부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가 주택을 보유한 일부 계층에게만 종부세를 내도록 하겠다는 방향성 정도로 이해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의 종부세 개편 방안에는 ‘비율 과세’ 방침이 명시됐다. 정부가 종부세의 큰 틀은 현행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했지만 설득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조세 전문가들도 비율 기준 과세에 대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과세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는 조세법률주의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방안에 따르면 매년 4월 주택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그때마다 시행령을 개정해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에 맞춰 종부세 부과 기준을 발표한다. 현재는 주택 보유자들이 공시가격 발표와 함께 자신이 과세 대상인지 알 수 있다.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대상이다. 민주당 방안은 현재보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과세 기준일이 돼서야 부과 대상인지 알 수 있어서다.

다음으로 집값이 떨어져도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는 1주택자의 주택 공시가격이 9억2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하락하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같은 경우라도 상위 2% 안에 든다면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획이다. 납세자 반발이 불 보듯 뻔해 보인다. 특히 집값 하락기엔 조세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마지막으론 종부세의 ‘징벌적 세금’ 성격이 크게 강화된다는 지적이다. 상위 2%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하면 과세 대상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 외에 종부세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지금은 작으나마 종부세가 부동산 정책의 보조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공제액인 9억원을 기준으로 종부세 부담을 조정해 매물을 유도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시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깜깜이 세금’이 되면 이마저도 불가능해진다. 일부 계층만을 직접 겨냥하면서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원칙도 무너진다.

정부나 조세 전문가들은 이미 대안을 내놨다. 공제 금액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상위 2%에 대한 세금으로 만들고 싶다면 1주택자에 대한 공제 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면 된다. 그러면 이를 기준으로 국민이 종부세를 부담할지, 매물을 내놓을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향후 부동산 가격 추이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다시 이 금액을 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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